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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숲속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 쉐이딩 가든 꿈 꿔”이주은-포레스트 시네마 (모델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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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2-12 16:53 조회3,7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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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 쉐이딩 가든 꿈 꿔”  

<인터뷰>이주은-포레스트 시네마 (모델정원)
소속 팀펄리 가든
Sponsored by ISL조명, 하나벽돌


이달 열린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조용한 단풍나무 숲과 시네마를 결합한, 매력적인 쉐이딩 가든을 선보인 작가가 있다. 숲을 정원 속으로 끌어온 이주은 가든샵 팀펄리 가드너는 물소리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숲 같은 정원 안, 편안히 영화를 감상 할 수 있는 스크린 담장을 설치했다. 가을하늘 아래 가족이 모여 오붓하고도 편안한 문화생활을 즐기면 좋은 정원은 모던함 속 세련미가 돋보이면서도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한껏 어려 있다. 여기에 작가의 강점이 잘 살아난 사계절을 고려한 30여 종의 식재는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계절감을 얹혀 준다. 특히 존치를 위해 야생화보다는 관리가 쉬운 관목 위주의 꽃들을 심었다는 작가는 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부터 먼저 염려하는 세심함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주은 작가는 서울여대 원예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 석사를 거쳐 한택식물원조경가든대학을 수료했다. 한경대 평생교육원 및 화훼원예학 강사를 비롯해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 강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가든샵 팀펄리 가드너로써 개인주택, 전원주택 정원 조성에 두각을 보이는 한편 또 다른 쉐이딩 가든을 메인 테마로 할 꿈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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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은 가든샵 팀펄리 가드너는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모델정원에서 '포레스트 시네마'를 선보이며 매력적인 쉐이딩 가든을 연출했다. ⓒ배석희 기자

<아래는 일문일답>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참여 계기와 소감은?

원예학과와 조경학 석사를 전공했다. 그러다 한 십 년 가량을 쉬었고 가든샵 팀펄리라는 회사로 독립한 지는 2년째이다. 내가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고, 이번에 예산을 많이 줘 그 정도 예산으로 하면 내 스타일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 계기 중 가장 중요하게 본 건 행사가 끝나고도 정원을 존치한다는 거였다. 일반적인 박람회가 한번 설치하고 2주 후에는 철거를 한다. 그러면 식물들을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존치를 하면, 심어놓은 식물들은 잘 살아갈 수 있다. 박람회를 통해 식물들이 희생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여기는 존치를 해주니까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잘 살 수 있는 곳에 가는 것이니 그게 참 맘에 들었다.

주최 측에서도 존치를 할 수 있는 여건 마련 등 여러 관심을 기울여줬다. 이런 나무가 죽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느냐, 이런 수종은 빼는 게 어떻겠느냐 등 관심어린 애정으로 조율해줬다. 그러다보니 작가들도 존치하는 것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식물 선택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게다가 박람회 특징 중 하나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내 것과 같이 비교해볼 수 있다는 건데 그런 면에서 정말 좋았다. 이 작가는 뭘 잘 썼구나, 식재를 정말 잘 했구나 등 나 스스로 이번 박람회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더불어 작업 기간이 넉넉한 점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틈틈이 생각도 더 많이 했고, 재료 선정도 더 생각할 수 있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1년 연기됨으로써 오히려 작품 면에서는 더욱 완성도를 높이지 않았나 싶다. 어쩌다보니 대표작품이 이게 됐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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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은-포레스트 시네마ⓒ박흥배 기자

작품의 콘셉트, 특징은

식구들과 다 같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가 기본 콘셉트다. 그러다보니 하얀 시멘트블록을 계획 초기부터 생각했다. 벽에다 빔 프로젝트를 쏘면 스크린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다. 밤에 앉아 대나무 소리와 물 흘러가는 소리, 그리고 꽃향기를 맡으면서 식구들하고 보면 좋겠구나, 그런 상상을 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나는 식재를 할 때 항상 사계절을 다 염두에 둔다. 사계절을 고려하는 게 내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구조물 자체는 모던하더라도 식재는 굉장히 내추럴하게 가야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그리고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존치할 수 있는 식물들에 신경을 쓰고 식재설계를 했다. 지금 들어간 식재가 30여 종 정도 되는데, 봄에 많은 꽃이 피고 가을엔 열매가 익어가고, 계절감을 살릴 수 있는 식재를 주요하게 활용했다. 공간 면에서는 꽉 찬 분위기보단 약간 비어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가을이라, 지금은 그다지 화려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년 봄에 오면 더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한국정원의 특징을 떠올릴 때 넓은 잔디밭에 햇빛이 잘 비추는 정원을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정원은 바라보는 정원이고, 정원 안에서 사람들이 즐기려면 그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원 이름을 포레스트 시네마라고 붙인 이유도 그런 뜻에서 출발했다. 숲이라는 게 사람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그늘로서의 공간 아닌가. 해서 내 정원 역시 공간 요소요소 그늘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가을이다 보니 단풍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서 그늘 조성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다시 봄이 찾아오고 새순이 나면 그늘도 많이 조성이 될 것으로 본다. 식재한 단풍나무 두 그루가 맞부딪치는 공간은 그늘이면서 여과공간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하면 다른 곳은 엑티브한 공간으로 조성해 재미를 줬다. 좁은 공간이라도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인지 상으로는 널따란 개념을 갖는다. 좁은 공간, 트인 공간 등을 반복적으로 조성해주면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좁은 생각보다는 넓은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공간감을 주는 것도 우리나라 정원이 가야 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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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은-포레스트 시네마ⓒ박흥배 기자

애초 설계에서 달라진 점과 그 이유는

대나무는 바람에 약하고 햇볕 아래 잘 사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담장 안에 가뒀다. 대나무 같은 경우 추위에 약하다. 사실 대나무를 심을 때 걱정스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애초 콘셉트를 변경해야 하나, 잠시 갈등도 했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용도로 담을 치고 대나무를 심어보자는 쪽으로 결정, 원래 설계를 조금 수정하는 쪽으로 갔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파란색 의자가 있는 이 공간도 원래 텃밭이 있고, 테이블 하나 놓고 바비큐파티도 하는 콘셉트였다가 조금 바뀌었다. 조성 지형이 약간 경사가 있어 텃밭을 없애는 대신 블루베리랑 꽃아그배나무로 술도 담그고 한쪽에선 바비큐 파티도 하는 등 가족들이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아마 아그베나무가 더 크게 되면 그림자가 드리울 게다. 의자 쪽으로 그림자가 생길 수 있도록 나무도 신경 써서 위치를 잡은 거다. 의자에 앉아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초 기대였지만, 어느 날 와서 보니 앞에 소나무가 심겨 있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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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은-포레스트 시네마ⓒ박흥배 기자

수종도 궁금한데

묘목은 대나무, 단풍나무, 꽃아그배나무, 미국산사나무, 해당화 등을 심었다. 관목은 백당나무, 산앵두, 백홍, 꽃댕강, 산수국, 여름수국, 애나멜수국, 떡갈래수국 등을. 초화류는 바늘꽃, 까치쑥부쟁이, 쑥부쟁이, 구절초, 붓꽃 등을 억센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꽃들을 주로 심었다. 이번엔 무엇보다 존치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전반적으로 야생화보다는 관목 위주로 심었다. 원래 나는 야생화로 식재하는 걸 주로 했지만, 야생화에 좋은 환경이 아니면 관리하기가 어렵고 삭아서 없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거다. 야생화를 쓰지 않아 덜 화려할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사계절 곳곳에 피어난 관목을 만나, 정원의 변화를 계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정원 문화가 야생화 위주보다는 관목 위주로 나가는 게 관리 측면에서도 그렇고 더 좋은 정원을 만드는 데 있어 관목이 포커스를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정원의 틀이 더 완성이 되지 않나 싶다. 30평 되는 일반 가정집 정원에 교목이 들어가 봐야 얼마나 들어가겠나. 끽해야 한두 그루 들어가는 건데 콘셉트 잡고 틀을 잡아주는 것을 고려할 때 야생화는 너무 약하다. 다양한 관목을 많이 쓰는 게 정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시공하면서 많이 느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지금처럼 작가들이 작품을 충분히 고민하고 시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었으면 한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와 달리 다른 정원은 2주 안에 끝내야 하는 조성 기간이 있었다고 들었다. 우리는 8월부터 계속 준비해 기초공사하고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수정하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 낸 도면하고는 많이 바뀐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존치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가진 강점이라 생각하고, 향후에도 계속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정원문화박람회의 퀄리티를 위해서는 집중적인 지원을 해주는 게 더 질 좋은 박람회를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가격에 따라서 정원의 퀄리티가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정원문화와 박람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소수의 몇 명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줘 정원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향후 활동 계획은

내 영감의 모티브이기도 한 쉐이딩가든의 영역을 넓히고 싶다. 보아서 알겠지만 나는 정원에 잔디를 거의 쓰지 않는다. 잔디는 햇빛이 잘 비치고 배수도 잘 되는 곳에다 해야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음지식물에 관심이 많이 간다. 그늘지면서 습기가 많은 정원, 물 머금은 촉촉한 이끼식물이 자라는 곳에 정이 간다. 또 그런 그늘지고 습한 곳에 들어갔을 때 숲에 들어선 것처럼 굉장히 편안함을 느낀다. 어려서 아빠랑 항상 산에 다녔었는데 그늘진 곳 아래 계곡에 가면, 흙냄새와 이끼, 물 흐르는 소리 등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늘진 곳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리고 이런 그늘 아래 사는 식생이 양지와 음지 모두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차분한 그늘이 주는 정원을 갖고 싶고, 이런 정원을 메인으로 한 쉐이딩가든을 발전시키는 게 소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공공정원보다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개인정원을 조성하는 데 매진하고 싶다. 한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도 어려운 데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원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한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원. 멋지지 않나. 물론 관공서에서 하는 공공정원도 기회가 생기면 또 할 생각이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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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은 작가의 포레스트 시네마 설계안<제공 안성맞춤랜드사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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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가든샵 팀펄리 가드너는 서울여대 원예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 석사 등을 수료했다. 가든 관련 대학 강사 등을 거쳐 현재는 가든샵 팀펄리 가드너로 활동 중에 있다.ⓒ배석희 기자